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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보고서

보고서명디지털-빅데이터의 시대 인문학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고찰
  • 인간 사회의 전 분야를 쓰나미처럼 휩쓸고 들어오는 디지털화는 개인의 생활 방식, 개인
    들끼리의 교류 방식, 더 나아가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을 총체적이고 근본적으로 변화시키
    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현재 디지털을 사용하는 선을 넘어서서 디지털 가운데서 살아가
    고 있다. 디지털이라는 매체가 인간 삶의 전반적 틀을 크게 좌우하는 이러한 상황은 여러
    가지 전례 없는 현상들을 낳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현재의 우
    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있을 수밖에 없다. 평자에 따라서는 농업혁명, 산업혁명 이
    상의 역사적인 전환점이라고도 평가되고 있는 현재 시점은 곧 새로운 사회구조의 원리와
    더불어 새로운 방식의 학문이 출현하는 시점인 듯하다.
    이 글에서는 먼저 개인정보의 문제와 젠더의 문제에 집중하여 디지털-빅데이터 시대가
    낳은 사회적 변화의 양상을 조망하고자 했다. 인간의 생활 전반이 디지털에서 흔적으로 남
    고 있는 현실은 그 흔적, 즉 “trace data”를 그 자체로 “상품”으로 간주하려는 경향과 결부
    되고 있다. 디지털 사회로의 진입이 이미 이루어졌고 후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디지털
    -빅데이터 사회가 갖는 장점이 매우 큰 것을 고려할 때 “데이터 공동체”, 혹은 “연대적인
    데이터 저장” 등 현재 사회학에서 제시되고 있는 방법들에 대해 성찰함으로써 개인데이터
    가 “상품”으로 직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절실해 보인다.
    젠더의 경우 디지털-빅데이터 시대가 사회 진보의 측면에서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안
    고 있음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로 디지털 전환 자체가 젠더에 따라 다르게 경험
    되고 있고, 디지털 세계에서도 기존의 남성중심적인 구조가 재생산되는 경향이 분명한 것
    이 현실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빅데이터는 2000년대 이후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는
    양성평등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젠더 격차의 문
    제를 빅데이터를 통해서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가 있고, 그 결과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개
    입이 가능하다는 것이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가령 유엔이 클린턴
    재단 등 거대 민간 재단들과 공동설립한 Data2X의 경우 기존의 데이터들을 모으는 데에서
    더 나아가 이 데이터들을 해체함으로써 결핍된 데이터, 즉 여성에 대한 데이터를 채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와 같이 빅데이터의 입체성은 인간의 사회가 젠더의 측면에서
    얼마나 기울어진 운동장인지를 보다 더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고, 디지털을 통해 가능해진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정도로 진전된 국제협력을 통해서 과거보다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
    인 방식의 대응을 가능케 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화가 내포하고 있는 사회 전반의 변화는 분과학문 단위에서 접근할 수 있는 범위
    를 넘어서 있다. 이러한 문제적 상황에 대해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가 각각 어떻게 대응하
    고 있는지를 II부와 III부에서 살펴보았다. II부에서는 먼저 디지털인문학이 출현함으로써 새롭게 제기되고 여러 쟁점들, 즉 지식 생산에 있어 학자와 대중의 경계 허물기의 가능성,
    디지털 인문학이 기존 위계질서의 전복에 기여하는지 혹은 재생산에 기여하는지, 디지털
    인문학이 과거 반짝 인기를 누리다가 사라진 계량경제사(Cliometrics)와 같은 전철을 밟아
    가게 될 것인지, 디지털 인문학 연구에 대한 평가 기준 마련 등 디지털 인문학 분야 특수성
    을 어떻게 다룰지 등의 문제점에 대해 검토하였다.
    다음으로 디지털 인문학 연구에서 앞서가고 있는 미국사, 영국사, 그리고 고전학에서 보
    여준 최근 연구 성과물에 대해 검토하였다. 디지털화의 토대가 되는 데이터가 매우 분명하
    고 동시에 대량인 고전학 분야의 경우 일반 역사학 분야보다 연구와 교육 양 측면에서 모두
    디지털화에 앞서 나가고 있어서 기존의 모든 프로젝트들이 디지털 연구로 전환되는 상황이
    라고 평가될 정도이다. 자료의 디지털화는 연구방법의 디지털화로 이어져서 지리정보, 네
    트워크 분석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고대 세계를 입체적으로 재현하는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
    중이다. 이 디지털 연구의 성과는 대중과 공유되기에 용이하기 때문에 디지털화의 진전은
    곧 일반 사회와 학계의 소통이 증대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디지털인문학 연구 성과물들에 비추어볼 때 디지털 인문학 연구는 과거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가능케 하는 입체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 결과 젠더와 빅데이터의 관련
    성에서 드러났던 것과 마찬가지로, 2차원에 그치는 기존의 문서자료를 통해서는 드러나지
    못하는 “결핍”에 대한 문제제기를 가능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디지털 인문학
    에서 전통적인 역사학 방법을 대체하거나 능가할 혁신을 기대하는 비평가들에게는 실망스
    러운 결론일 수도 있겠으나, 학자의 임무 및 가능성이 결국 “가능한 최선의 방법”으로 역사
    적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면 충분한 존재의의를 가진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영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각국 정부 및 역사가 단체에서 디지털 인문학 연구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영국과 독일 정부가 디지털 인문학을 대하는
    태도는 회의와 호기심이 공존하고 있는 학계의 상황과 달리, 매우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음
    을 볼 수 있었다. 학문 생산을 뒷받침하는 조직과 펀딩을 통해 양국 정부 공히 디지털 인문
    학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매우 포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60~80개에
    달하는 교수직의 수는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것이다. 또한 양국의 역사학계 역시도 매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영국 왕립 역사학회의 경우 디지털 분야에 “대중역사학상”을
    수여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관련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다. 독일역사학회의 경우 “디지
    털인문학연구그룹”이 산하조직으로 자리잡아서 2년마다 디지털역사학 학회를 개최함으로
    써 연구성과들을 학계 및 대중과 공유하고 있다.
    사회과학 분야의 논의를 분석한 III부에서는 사회과학에서의 디지털 흡수 노력이 훨씬 더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논의의 차원에 이르러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포괄적이라 함은 디지
    털 사회학이 학계와 국가라는 전통적인 틀을 넘어서, 한편으로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 글로벌한 차원에서의 연
    구 프로젝트들이 다수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근본적이라 함은 디지털 데이터의 성격에
    대한 논쟁을 통해서 잘 드러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서 매개되는 디지털 데이터에
    남는 기록들, 즉 “trace data”에서 사회적인 행위의 기록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인가, 그렇
    다고 한다면 디지털 데이터의 어떤 측면을 “사회적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즉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술과 사회성, 지식의 상호 작용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성찰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매체학자로 주목받고 있는 프리드리히 키틀러(Friedrich Kittler)는 인간의 사유는
    구체적으로는 “철자, 신호, 정보처리작업, 수학적 계산과 연산자 등 기술적 표준들이 만드
    는 종합적인 효과”에 불과하다고 말할 정도로 기술에 종속적인 존재로 인간을 그려냄으로
    반휴머니즘, 혹은 포스트휴머니즘적인 사유의 전범을 보여주었다. 매우 극단적이기는 하지
    만 21세기의 호모 사피엔스들 다수가 “로그아웃”이 불가능한 방식으로 생활하고 있음을 고
    려할 때 그 사유의 조건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그에 대한 인적, 물적 투자가 매우 절실한
    국면에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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