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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보고서

보고서명사형확정자의 생활 실태와 특성 보고서명(영문)The Condition and Characteristics of Prisoners on Death Row
  • 우리나라는 사형이 제도로서는 유지되고 있으나,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국제적으로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형제도와 관련된 논의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사형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형벌에 대한 입법 등이 논의되고 있다.
    강력사건이 발생하거나 관련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사형 집행 등에 대한 여론이 발생하여 사형제도는 학계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관심있는 이슈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의 사형제도에 대한 연구는 사형제도와 관련된 법리적 논쟁, 철학적 논쟁은 다수 존재하지만, 아직 사형제도 자체에 대한 연구는 극히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사형제도와 관련된 다수의 학술적 논의에도 불구하고 사형확정자에대한 실증적 데이터는 매우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사형확정자의 법적 지위
    ‘사형수’라는 단어는 현행 법상의 법률 개념은 아니다. 구 「행형법에서는 사형선고를 받은 자에 대한 정식 명칭이 없어 사형수라는 단어로 통용되고는 했으나, 2007년 12월 21일 구 「행형법」을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로 전부 개정하면서 “사형확정자”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다. 처음 개정 당시에는 “사형확정자”를 ‘사형의 선고를 받아 그 형이 확정된 사람’으로 규정하였고, 이후 2016년에 ‘사형의 선고를 받아 그 형이 확정되어 교정시설에 수용된 사람’으로 최종 개정되면서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다만 그 법적 성격은 사형이라는 형벌이 집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결수의 지위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실질이 수형자로서 기결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의 2008년의 개정을 통해 사형확정자의 수용지를 교도소 또는 구치소(제11조)라고 명시하였다. 사형확정자는 원칙적으로 독거수용하지만 예외적으로 자살방지, 교육·교화프로그램, 작업, 그 밖의 적절한 처우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혼거수용도 가능하도록 규정하였는데, 이는 사형확정자를 처우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설에 수용할 수 있도록 하고, 교육·교화 프로그램의 실시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혼거수용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였다.
    2008년 개정된 「형집행법」에서는 사형확정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 다른 수형자나 미결수용자와 마찬가지로 변호인 접견 및 서신수수가 가능하도록 개정하였고, 이후 2019년 개정에서 제41조를 통해 사형확정자도 변호인을 접견할 경우 접촉차단시설이 없는 곳에서 가능하도록 규정하였다.
    2008년 이전에도 사형확정자는 심리적 안정 및 원만한 수용생활을 위해 심리상담 또는 종교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08년에 사형확정자에 대해서도 교육·교화프로그램을 실시하거나 신청에 따라 작업을 부과할 수도 있고, 그 밖에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도 준용할 수 있도록 처우가 개선되었다.
    사형의 집행 및 시기와 관련하여 주된 내용은 현행 「형사소송법」에 규정되어있다. 사형은 형사소송절차에서 사형이 선고된 자에게 내려지는 형벌이다. 사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형벌의 집행자인 검사는 지체 없이 소송기록을 법무부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동법 제464조). 이후 사형의 집행은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하여야 하는데(제465조), 사형의 집행을 명하는 사람은 법무부장관이다(제463조).
    사형확정자는 미결수의 신분이지만 그 실질은 기결수의 것과 같다. 원칙적으로 기결수는 참관이 가능하고, 처우에 따라 접견 횟수 내지 전화통화를 달리할 수 있다. 교정 목적에 따라 교육 또는 교화프로그램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한편 신분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의 경우 참관이 허용되지 아니하고, 접견권 등의 보장 필요성에 따라 매일 접견이 가능하다. 또한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교육 또는 교화프로그램을 받거나 작업을 할 수 있다.
    반면 사형확정자는 미결수의 신분을 갖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참관할 수 없지만, 교육 또는 교화프로그램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다만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혹은 당사자의 요구에 따라 교육 또는 교화프로그램을 받을 여지가 있을 뿐이다. 한편 기결수의 실질을 갖기 때문에 미결수에 비해 접견이나 전화통화 등에 있어서는 제한을 받는다, 사형확정자에 대해서는 기결수와 같은 ’처우급‘을 나누지 않기 때문에 행형성적에 따른 처우를 달리 받을 여지가 없다.

    사형확정자의 시설 내 생활 실태
    많은 사형확정자들은 교정기관에서 지정한 기상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오전 일과를 시작하는 경향이 있었다. 많은 이들은 아침식사 전까지 하루 일과를 준비하는 데 시간을 사용하곤 였고, 아침식사 전까지 종교행위를 하기도 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정해놓은 스케줄에 따라 하루 일과를 바쁘게 보내고 있었는데, 이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무료한 시간이 주어지면 괴롭다는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독서, 필사, 편지쓰기, 작업 등 무엇인가를 하면서 괴로운 생각할 시간을 제거하고자 하였다.
    가끔 작업이 끝난 늦은 오후나 저녁 식사 이후에는 조금 여유롭게 지내기도 하지만, 이 시간에는 TV 시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것을 통해 이른바 “잡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사형확정자들의 거실 환경은 교정기관의 상황에 따라 큰 차이가 있었다. 출역 없이 독거 수용을 원칙으로 하는 기관이 있는가 하면, 어느 기관은 징역형을 받은 수용자와 혼거 수용을 원칙으로 하는 기관도 있었다. 독거 수용과 혼거 수용에 대한 만족도는 개인별로 매우 상이하였다. 혼거를 선호하여 만족하는 이도 있는가 하면, 독거를 원하지만 어쩔 수 없이 혼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불만인 이도 있었으며, 독거 수용이 마음 편하다는 이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독거를 선호하는 사형확정자가 다소 많았었는데, 출역없이 하루 종일 독거를 하는 경우보다는, 낮 일과시간에 출역을 하고 이후 시간에 독거를 하는 것을 특히 선호하였다.
    혼거를 선호하는 경우 혼자 있을 경우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이 없다는 것은 단점으로 지적되었는데, 예를들어 TV 등을 시청하며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는 경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소리내어 웃는 등의 감정 표출이 가능하지만, 혼자 있으면 오히려 자연스러운 감정표출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형확정자의 생활 중 중요한 부분은 운동시간이라 할 수 있는데, 독거를 하는 경우 하루 중 유일하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며, 다른 사람을 멀찌감치라도 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사형확정자들이 출역을 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일과를 보낼 수 있었다. 작업을 같이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징역형으로 수용생활을 하였는데, 사형확정자들은 이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사형확정자들의 수용생활 중 가장 여러운 부분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다른 수용자들이 자신을 사형확정자(이른 바 “최고수”)라는 이유로 선입견을 가지고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이로 인하여 다른 수용자들과의 갈등 경험도 많은 것으로 진술하였다.
    사형확정자는 법적으로 미결수이므로 많은 사형확정자들이 구치소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이들이 혼거할 경우 기관 특성상 미결수와 같은 방을 써야 하는 상황이 필연적이다. 이 때 사형확정자들은 교정 기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는 반면, 미결수들은 재판 결과에 따라 퇴소하거나 조만간 다른 기관으로 옮겨가야 하기 때문에, 사형확정자들은 미결수들과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많은 사형확정자들은 수용생활 중 여가를 ‘잡생각’없이 보낼 수 있는 취미활동을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형확정자들은 유기수 또는 무기수와는 달리 직업교육을 받을 수도 없었고, 인문학 강좌, 예술 강좌 등에 참여할 수도 없었다.
    사형확정자는 형식적으로 미결수이기는 하지만, 어떤 기결수보다 오랜 수용생활을 해야만 하는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미결수라는 이유로 직업교육과 인문교육 등에서 배제되는 상황은 이들이 교정기관 내에서 생활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보였다. ‘사형확정자’라는 지위가 생기면서 일부 교정시설에 한해 출역이 가능해 진 것은 다행한 일이나, 말 그내로 출역만 가능하지 그 이외의 교정 교화 프로그램에는 참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출역은 사형확정자들이 교정 기관 내에서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생산적인 활동이다. 출역은 방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돈을 벌 수도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가족간의 관계가 끊어져 가족이 영치금을 넣어주지 않는 경우, 작업을 통해 교정기관 안에서 필요한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사형확정자의 심리적 특성
    사형확정자들은 교정 기관 밖의 평범한 생활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것, 처우의 불확실성, 반복되는 수용생활에서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답함과 무기력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두려움을 느낀다.
    사형확정자들의 교정 기관 밖 마지막 기억은 사건 당시와 이로인한 재판 당시에 머물러 있지만, 세상은 계속 변화하면서 사형확정자는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 되고, 남아있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형확정자 자신은 사라져간다는 두려움이다.
    그리고 사형이 선고되었지만 집행되지 않는 상황,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라지만 아직 사형제도가 남아 있는 상황 등 사형확정자들의 삶을 위협하는 불확실성은 너무나도 많다.
    아울러 매일 반복되는 수용생활에서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답함,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자신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이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모든 사형확정자에게는 아니지만, 사건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피해자나 사건에 대해 생각하면 죄책감을 경험하여 괴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이들의 죄책감은 가해자의 트라우마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피해자나 사건 당시를 떠오를 때 정신적, 신체적 증상으로 발현되기도 하는 것이다.
    사형확정자들은 교정시설 밖에서 점차 잊혀져 가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밖에 있는 가족과 친지가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사형확정자들에게 종교는 생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교적 위로는 그들이 사형의 두려움을 견뎌내는 데 도움을 주고, 그들이 교정 기관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희망없음’도 견딜 수 있는 힘을 더해 주는 것이다. 이들의 종교활동은 이른바 ‘자매’라고 불리우는 교화위원들과 함께하게 되는데, 교화위원들과의 만남은 사형확정자들이 만나는 외부사람의 대부분이며, 따라서 가장 많은 외부접촉은 종교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많은 사형확정자들은 여유시간이 날때마다 기도, 경전읽기, 필사 등 종교적인 행위로 빈 시간들을 채우고 있었다. 사형확정자들이 행하는 종교적 활동 중 ‘필사’라는 활동이 있다. 필사는 성경 또는 불경을 자신의 손으로 그대로 베끼는 것을 말하는데, 이들은 종교적 신심을 강화하기 위해 경전을 베끼는 것이지만, 아울러 무료한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면서 ‘잡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사형확정자들은 자기 자신 또는 자신과 관련된 사건에 관한 언론보도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하였다. 잊으려고 노력하거나 어렵게 견디고 있는 사건의 기억을 되살리게 함으로 교정기관 내에서의 생활이 힘들어 진다는 것이다. 사건에 대한 보도 뿐 아니라, 다른 강력범죄에 대한 보도, 일반적인 사형제도에 대한 보도 등의 언론보도들도 사형확정자들을 불안하거나 괴롭게 만들기도 한다.
    아울러 언론보도의 괴로움은 언론이 자기 자신만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가족까지 괴롭힌다는 것이다. 특히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가족이라는 것이 언론을 통해 지역사회에 알려지는 경우, 주변인들의 비난으로 인해 가족이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하는 사형확정자들이 적지 않았다. 이와 연관하여 사형확정자에 대한 부적절한 취재에 대해서도 분노를 표출하였다.
    사형제도에 대한 태도나 사형제도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매우 다양한 모습을 나타내었다. 사형이 집행된지 20년이 지나 실질적 폐지가 된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여전히 제도로서의 사형이 남아있다는 점 때문에 언제든지 사형이 집행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진 사형확정자들도 있었던 반면, 사형 집행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현재의 상황이 죽을때까지 유지되는 것이 두렵다는 사형확정자들도 있었다. 한편 사형의 집행여부나, 앞으로의 수형생활의 고통 등에는 의도적으로 눈을 감고 현재의 삶에만 충실하고 싶다고 응답한 사형확정자도 있었다.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형벌의 한 형태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 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태도를 나타내었다. 그러나 일부 사형확정자는 죽음보다는 교정시설 안에서라도 살아 있는 것을 선호하였다.
    사건 당시 사형을 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생각, 또는 사건으로 인해 받을 처벌에 대한 생각을 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 거의 대부분의 사형확정자들은 사건 당시 처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대답하였다. 그들은 술에 취했거나 화가나서 정신이 없었거나, 잡힐 생각을 하지 않아서 처벌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응답하였다.
    처벌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고 대답한 사형확정자도 사건 당시가 아니라, 사건이 끝나고 난 뒤에 처벌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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