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보고서

보고서명21세기의 인문학 교육을 위하여: 서양 각국의 디지털인문학 교육 현황 분석
  • 본 연구는 디지털 인문학을 선도하는 서구 5개 국가에서 디지털 인문학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분석함으로써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인문학 교육 모델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디지털 인문학이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구원투수로 등장할 수 있으리라는 장밋빛 예측과 함께, 이것이 결국 ‘디지털“에서도 ”인문학“에서도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길이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 역시 높은 것이 현실이다. 서구의 교육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디지털 인문학 분야 교육의 발전 양상을 전체적으로 조망함으로써, 향후 한국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될 디지털 인문학 교육 분야의 논의에 “구체성”을 부여하려는 것이 이 보고서의 목표이다. 아래에서는 각국별로 연구 결과를 간단히 개관하겠다.
    프랑스는 영미권에 비해 디지털인문학 발전에서 뒤쳐졌다는 인식 하에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디지털인문학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조직화 작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디지털 인문학이 고등교육과 연구 기관 내에 신속하게 자리 잡아 현재 관련 전공을 개설한 학교는 20개에 이른다. 프랑스 고등교육 체제의 고질적 문제점들을 생각할 때, 디지털 인문학은 그랑제콜과 일반 대학 사이의 격차를 좁히고, 학생들의 낮은 학업열을 제고하기 위한 동기를 부여하고, 프랑스 대학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고, 혁신과 창의력 발달을 위한 유인을 제공하며, 기관과 학제 사이의 벽을 허무는 탈학제적, 통합적 네트워킹 방식을 적용하기 위한 새로운 수단으로서 가치를 부여 받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파리 1대학(역사학부), 파리과학인문대학(디지털인문학 석사), 파리 8대학과 파리 낭테르 대학(문화유산), 투르 대학과 유산관리고등연구원(문화유산), 이 다섯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디지털인문학이 프랑스 교육기관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모습을 조명하고자 했다. 디지털인문학은 학제와 기관의 장벽을 뛰어넘는 전방위적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현재 프랑스 고등교육의 흐름에 발맞추는 가운데, 인문사회과학 전공과 디지털 기술 양쪽을 아우르는 “이중의 역량”을 가진 학생들을 양성하는 새로운 통로가 되리라 전망된다.
    독일은 2018년 연정 협약에서 인공지능, 로봇 공학, 양자 컴퓨팅 등과 더불어 디지털 인문학을 미래의 연구중심과제로 꼽을 정도로 이를 중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 교육연구부는 eHumanities와 e-Heritage 분야를 별도로 지원하고 있으며, 독일연구재단 역시 디지털 인문학을 지원하기 위해 e-Research라는 별도의 경로를 설정해둔 상태이다.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교육 분야로도 확산되어 2019년 현재 독일에 개설된 디지털 인문학 강좌는 자격증명프로그램이 6개, 학부 7개 대학 8개 코스, 석사 11개 대학 15개 코스 등 총 33개에 달한다. 기술적인 교육의 내용은 데이터 모델링, 텍스트 코딩, 디지털 미디어, 편집, 코퍼스, 데이터베이스, 디지털 라이브러리 및 정보시스템, 정량 분석 등으로 대략적인 표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각 대학 교육의 특성은 각 대학 인문학 연구의 특수성을 통해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독일은 오랜 지방분권의 전통으로 인해 교육, 문화 전반에서 지역적인 독자성과 고유성이 매우 강하고, 인문학 교육 역시 각 지역의 특성과 강하게 결부되어 있다. 예컨대 뮌헨 지역은 알프스에 가깝고 바이에른 왕가의 소재지였다는 점, 마인츠는 로마 시대와 종교개혁기의 유적이 풍부하다는 점, 그리고 쾰른은 미디어 산업이 발전했고 중세 및 로마의 유적이 풍부하다는 점 등 지역의 특성이 반영되는 식이다. 결국 기술적인 내용보다는 “인문학”이 각각의 프로그램을 차별화하고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요소인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드러내기 위해 각 대학들은 도시 내의 여러 연구소, 박물관, 도서관 등과 연계하여 저마다 독특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네덜란드에서도 디지털 인문학은 앞으로 모든 인문학도와 연구자가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이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인문학의 갈래와 분과가 다양해지면서 하나로 통일된 디지털 인문학 과정보다는 각자의 관심과 수요에 따른 유연한 디지털 인문학 교육으로 분화되고 있다. 실례로, 레이든 대학이나 암스테르담 대학의 경우 디지털 인문학은 학부 차원의 필수적인 교과과정이면서도 별도 학위 과정이 아니라 인문학 전공자를 위한 하나의 부전공으로 운영되며, 특히 디지털 방법론 습득과 함께 특정 디지털 인문학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실무적인 경험을 쌓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유트레흐트 대학과 흐로닝헨 대학을 보면 디지털 인문학은 여러 석사 학위의 필수 과정 내지 독립 학위 과정으로 개설되었고, 특히 방법론과 이론을 넘어서 스스로 모델을 설계하여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디지털 인문학 프로젝트 수행을 중시한다. 또한 여러 학교들은 특정 연구 주제에 필요한 개별 디지털 인문학 방법과 기술을 가르치는 비교과 과정을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네덜란드에서는 개별 대학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여러 대학의 디지털 인문학 연구소와 민간 사업을 묶어내어 디지털 인문학 인프라, 교과,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고, 대학-민간 협업과 국가지원을 통해 대형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영국의 디지털 인문학 교육은 많은 대학들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역사학, 고고학 등 기존 인문학이 디지털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도 하고, 디지털 인문학을 위한 단독 학과가 개설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정식 학위과정이 아닌 자격증명과정과 워크숍 등 실로 다양한 형태를 찾아볼 수 있다. 본 보고서에서는 학위과정의 사례로 런던에 소재한 킹스 칼리지 런던과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커리큘럼을 분석한다. 또한 비학위 과정으로 옥스퍼드 대학의 디지털 인문학 서머스쿨,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다양한 단기 코스, 캠브리지 대학의 학습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학위과정은 코딩, XML 등 기초적인 디지털 기술 교육과 디지털 환경에서의 연구, 출판, 제도 등에 대한 이론적 접근을 아우른다. 비학위과정은 디지털 방법론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인문학자들의 증가하는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여 워크숍을 개최하고 학위과정의 커리큘럼을 활용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이든, 영국 디지털 인문학 교육에서는 대학 내 여러 기관과 학제간의, 또한 대학과 학교 밖의 긴밀한 협업을 빼놓을 수 없다. 대학과 문서고,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등에서 디지털 인문학 협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인문학 교육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대를 전후하여 미국에서 디지털 인문학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고 팽창하면서 디지털 인문학 교육에 대한 관심도 함께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원래 연구 중심으로 발전했던 디지털 인문학이 교육 분야의 발전으로 이어진 데에는 디지털 인문학 센터들의 지원이 큰 기여를 했다. 또한 인문학 커리큘럼의 변화와 아울러 무엇보다 기관이나 전문가 조직 및 연구진흥 재단들이 디지털 인문학 교육을 지원한 것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인문학 연구는 각 기관별로 다양한 방식들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교육 역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다. 즉, 후발주자로서 정부 주도로 체계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유럽 몇몇 나라의 디지털 인문학이 주로 학위 과정으로 개설되었던 것과 달리, 자생적으로 발전한 미국에서의 디지털 인문학 교육 프로그램은 다양한 형식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학위과정이 아닌 인증 프로그램이나 부전공 등의 형태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커리큘럼의 특징은 디지털 기술만을 강조하지 않고 인문학적 지식과의 조화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미국의 디지털 인문학 학위 과정은 개인 연구를 요구하거나 캡스톤, 논문, 포트폴리오 등을 결과물로 제출해야 하고, 그 중 1/4 정도는 인턴십을 통한 필드워크를 요구한다. 또한 디지털 인문학 프로그램의 약 1/3은 연구소나 도서관 같은 학교 외부 기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내용면에서는 커뮤니티 빌딩, 프로젝트 관리 등의 메타 활동에 대한 분석과 함께 설계, 프로그래밍, 라이팅 등의 창조적 작업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하 원문 확인>

콘텐츠 큐레이션 : 동일주제 가장 많이 이용된 자료 추천

현재 페이지에서 제공되는 연구보고서에 대하여 평가해 주세요

의견(0)

연구성과에 따른 의견과 무관한 글, 선정적인 글 및 비방글 등의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언제든 삭제 조치 될 수 있으며, 주민등록번호 형식 및 연속된 숫자 13자리는 입력할 수 없습니다.

입력 가능 Byte : 4000 Byte 현재 입력 Byte : 0 Byte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