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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보고서

보고서명러시아 모스크바 및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의 북한 노동자
  • 최근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한 제재와 맞물려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그동안 제재에 다소 미온적인 태도와 함께 북한 노동자를 지속적으로 수용해온 러시아가 앞으로 어떤 입장을 보일지, 과연 정책 방향이 변화할 지에 대한 의문도 함께 커지고 있다. 대북제재에 동참하길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과의 협력, 나아가 미래 남북러 경제협력체제 구축까지 겨냥하는 러시아의 상황과 입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러시아 양 수도 지역인 모스크바 및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중심으로 러시아의 이주노동자 및 북한 노동자 정책의 변화과정을 파악하고, 파견 북한 노동자에 대한 현지조사를 통해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의 삶을 총체적으로 규명하고자 하였다. 나아가 대도시 파견 북한 노동자의 특성에 주목함으로써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의 생활실태와 인권 상황을 보다 입체적이고 종합적으로 제시하고 분석하고자 하였다.
    북한 정권이 수립되기 이전부터 시작된 북한의 기간제 노동이민의 역사는 시기적으로 194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주요 무대는 러시아 극동 지역이었다. 6.25 전쟁을 전후하여 잠시 중단된 시기를 거친 이후 북한 노동자들의 활동 범위는 임업 및 목재 가공업, 기타 산업부문으로 확대됐다. 특히 1967년 이래 1991년 소련 해체 시기까지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소련) 송출은 기본적으로 벌목 분야에 집중되었다.
    포스트 소비에트 시절에도 북한은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 노동자를 송출해 외화벌이를 하는 동시에 활동 영역도 농업과 건설 부문 등으로 확대했다. 특히 건설 노동자는 극동 지역을 벗어나 유럽러시아 지역의 대도시들에도 파견되었다. 2000년 7월 김정일과 푸틴의 정상회담 이후부터는 북러 간 경제협력에서 북한 노동자 문제가 중요한 사안이 됐다. 특히2012년 푸틴의 재집권 이후 러시아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신동방정책’에 따라 남북한과 선린·우호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동북아 지역 내의 평화, 안정 및 안보에 근본적으로 중요한 요소로 볼 수 있는 남북한 사이의 정치적 대화와 경제협력을 지지하면서 러시아 극동 및 시베리아 지역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최근 대북제재에 러시아가 동참을 선언하는 한편 국내적으로 외국 노동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노동시장을 관리할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러시아는 더 이상 북한 노동자에게 특혜를 베풀 수 없는 입장이다. 더욱이 법이 만들어지고 집행되는 중심지인 수도급 도시에서 외국인에 대한 법적 규제가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보다 엄정하게 집행되고 있다. 러시아 정책의 변화뿐 아니라 상트페테르부르크나 모스크바와 같은 대도시들의 경제적 상황도 북한 노동자들에게 불리해지고 있다. 하청에서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건설업의 구조가 심화돼 있는 한편 노동자의 작업장 이탈을 막기 위해 북한 사업소가 강력한 감시체제를 운영하는데다가 현지 가정들의 인테리어 수요도 감소하는 등 극동 지역이나 사할린지역과 달리 개별적 청부 일을 따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 정부는 2014년 말 이후 외국 이주 노동자 정책을 현대화하고 있으며 이 정책은 독립국가연합 출신자를 주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비자를 받고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에게도 모든 개별 노동자들에게 요구되는 법적 요건이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어서 북한 노동자들의 러시아 대도시 내 노동활동이 제한을 받고 있다.
    모스크바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흥 진출 지역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경우에는 비교적 상황이 나은 편으로 약 2,000명 이상의 건설노동자들 외에도 피복 분야 등에 북한 노동자들이 진출해 있다. 피복 제작 분야에과거 벌목공 이탈자(일명 산토끼)가 개입해 북한에서 여성노동자 인력을 공급받는 등 새로운 활로도 개척하고 있다. 최근 이들 대도시에서 고려인 등 현지 한인들의 역할이 줄어드는 반면 북한 사업소가 현지 법률회사를 통해 큰 규모의 일감을 확보하는 등 직접 활동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러시아 당국이 모든 사업을 공식화하고 세금을 납부하도록 요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해 나가는 데 따라 북한 사업소들이 대응한 결과다. 또한 현지 건설시장 상황도 인테리어 등 소규모 청부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소규모 작업조별로 수입을 올리는 방식이 힘들어짐에 따라 대형 건설 시장에서 하청을 수주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현지 대형 건설사와의 하청업체로 협력하게 되면 현지 경찰이 노동자 감독에 개입하면서 벌금을 매기는 일 과 같은 위험 요인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 러시아의 정책변화가 중첩되는 상황은 상트페테르부르크나 모스크바와 같은 대도시 북한 노동자들의 삶 속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대도시들은 북한 당국의 감시 체계와 러시아 정부의 통제가 보다 치밀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중소도시에 비해 북한 건설노동자들의 자유와 인권이 상대적으로 더 억압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여성 파견노동자들은 건설노동자보다 더 취약한 조건에서 한층 심한 착취와 감시를 당하고 있다.
    감시체계가 치밀하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사업소 내 관리자의 지위와 권한이 더욱 강력하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관리자들이 노동자들을 사적으로 착취하는 등의 비리가 더욱 많아질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을 겪는데 임대료가 비싼 대도시의 경우 시설과 위생이 불충분한 곳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밖에 없으며 용돈도 도시에서 생활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북한 노동자들은 순응, 이용,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며 때로 탈출하는 극단적 선택도 한다. 이처럼 대도시 파견 북한 노동자의 삶은 러시아 내 다른 지역에 파견된 노동자들과 비교할 때 한 층 더 고통스러운 측면이 발견된다.

    <이하 원문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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