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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보고서

보고서명북한의 식량가격 결정요인 연구
  • 1990년대 중후반 극심한 경제위기 이후에도 북한의 식량부족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태로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북한 주민의 식생활은 국가의 식량 배급에 의존하고 있었으나, 고난의 행군으로 배급이 붕괴되면서 북한 주민들은 시장을 통해 식량을 조달해 왔다. 2019년 FAO와 WFP에서 발간한 북한의 식량안보 평가보고서는 북한 인구의 40%가 식량부족 상황에 처해 있다고 밝혀, 북한의 식량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다시금 환기시켰다. 대북 식량지원을 찬성하는 측은 대북제재 이후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이전에 비해 크게 하락하였다는 FAO 등 외부 기관의 추정치를 근거로 삼았다. 반면, 대북 식량지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측은 북한의 시장에서 거래되는 쌀 등 식량의 가격이 안정되어 있다는 것을 근거로 북한의 식량사정이 그리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았다.

    2020년 코로나 사태로 북한이 중국과의 국경을 차단하면서 교역을 금지하자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안정되어 있던 식량가격이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역 간 이동 금지 및 상행위 제한 등 북한당국의 강력한 방역정책이 지역 간 식량가격의 격차와 변동성의 확대를 불러일으켰으며, 이로 인해 절량세대가 증가하는 등 식량부족의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 제재에도 끄떡없었던 북한당국은 식량사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인정하였으며, 이에 북한의 식량난에 대한 논의가 다시 점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본 연구는 북한의 식량가격 결정구조 및 결정요인을 파악하여 대북 식량지원 관련 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논거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우선 널리 활용되고 있는 북한의 식량가격 데이터가 신뢰성이나 대표성 측면에서 적절한 자료인지 검증하였다. 이를 위해 식량가격을 포함하여 북한의 물가조사를 수행하고 있는 기관의 담당자들을 심층 인터뷰하여 북한의 물가조사체계에 대해 살펴보았다. 인터뷰 결과, 북한의 가격 조사기관의 수치를 엄밀한 물가지표 구축에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나, 교차검증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신뢰성을 확보하여 기초분석에는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는 각종 수치 데이터 분석을 기본으로 하되 탈북자 인터뷰 등 정성적 방법론 역시 활용하여 북한의 식량가격과 관련된 요인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식량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간주되는 변수들을 공급요인, 수요요인, 기타 요인으로 구분하여 해당 요인들의 변화와 실제 작동방식에 대해 살펴보았다. 공급요인으로는 식량 생산량과 수입량의 추세를 살펴보았는데, 2010년대 초반 이후 북한의 총 곡물 공급량(생산량과 수입량을 더한 값)은 큰 변동 없이 유지되었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 곡물 생산량이 하락하고, 곡물 수입이 거의 중단되어 북한의 식량사정이 악화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식량의 대표적인 수요 요인인 인구와 북한 주민의 소득수준, 식량 배급의 경우 2010년대 이후 일부 변화가 있었으나 큰 틀에서는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사태 이전 시기에는 북한당국의 곡물가격 통제정책의 실효성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 곡물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격통제정책들이 시행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본 연구는 곡물의 시장가격 데이터와 수입가격 데이터의 관계에 대한 시계열 실증분석을 수행하였다. 분석 결과, 북한의 물가가 안정된 것으로 여겨지는 2014~19년의 기간 동안 쌀 시장가격은 쌀 수입가격과 장기적인 균형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쌀 수입가격이 쌀 시장가격에 유의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결과를 통해 다음과 같은 함의를 도출할 수 있다. 북한의 장마당 쌀 가격이 외부 요인인 쌀 수입가격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북한 내부의 식량사정과는 관련이 없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식량난으로 굶고 있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시장가격이 안정되어 있다는 북한의 모순적인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다만, 본 연구의 실증분석 결과는 쌀 가격이 안정된 시기의 자료를 통해 도출된 것으로 최근 코로나 사태 이후 북한의 식량사정 및 쌀 가격 급등을 설명하는 것은 아님을 주의해야 한다. 두 번째 함의는 2014년 이후 쌀 가격 안정화로 대표되는 북한경제의 안정성은 북한당국이 수행한 경제정책의 성과일 수 있으나 쌀 수입가격의 안정화 등 외부의 요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본 연구의 분석이 대북 정책에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대북 식량지원에 앞서 곡물의 시장가격이 북한의 식량사정을 보여주는 지표인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쌀 시장가격이 식량사정과 무관하게 결정된다면, 시장가격을 통해 북한의 식량사정을 유추하는 것은 잘못된 결론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시장가격 외에도 북한의 식량사정을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를 통해 북한의 식량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미 많은 북한 주민이 장마당에서 경제활동을 영위하고 있으므로 대북 식량지원정책의 목표가 단순히 북한의 어려운 식량사정을 완화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시장을 활성화하여 장마당에 종사하고 있는 북한 주민의 후생을 증진시키는 데에 이르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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