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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보고서

보고서명팬데믹 시대의 민주주의와 공동체 '한국모델'의 모색
  • 본 연구는 팬데믹 시대가 국가를 비롯한 공동체를 ‘커먼즈’(commons)로서 다시 사유하고 ‘정치적 우애’를 통해 집단 주체성을 적극적으로 재구성할 것을 민주주의의 과제로 제시한다는 점을 논증하고자 한다. 논의의 출발점은 서구 팬데믹 담론들의 한계를 비판하는 작업이다. 팬데믹 선언 이래 쏟아진 다수의 인문학 담론들은 생명정치와 예외상태의 발동을 우려하면서 방역조치 일반을 푸코식의 감시와 통제 패러다임 내지는 탈국가 프레임으로 조명하거나, 아니면 국가에 대한 민주주의적인 통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국가/공동체 vs. 개인이라는 구도를 떨치지 못한 채 현재의 위기가 요청하는 집단 주체성을 대담하게 상상하지 못한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이른바 ‘아시아’의 상대적 방역 성공을 두고 유교적 정치유산이나 개인주의 결핍이라는 등 낡은 유럽중심주의적 시각이나 체제경쟁에 따른 냉전적 시각마저 노정하는 해석을 내놓는다. 그렇듯 팬데믹의 위기는 저항에 대한 강박으로 민주주의적 실천을 대체함으로써 체제적 대안의 사유를 방기한 담론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이 연구는 위기의 시대에 국가나 공동체의 책임 있는 개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그런 개입을 요청하는 동시에 그 개입에 다시 개입하는 집단 주체를 절실히 요구한다는 사실에 착목한다. 먼저, 계속해서 혁신되고 재구성되는 공동체에 관한 구상을 ‘커먼즈’(Commons) 논의를 통해 뒷받침한다. 커먼즈란 단순히 공유지나 공유자원 같은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이 스스로를 주체화함으로써 공적인 영역을 만들어내고 변화시키는 과정 자체를 뜻한다. 다른 한편, 그와 같은 커먼즈의 주체, 즉 자기통치하는 민주주의의 집단 주체들이 단순한 권리 주장을 넘은 협동적 창조를 통해 공동체를 구성하고 재구성하는 ‘커머닝’의 작업을 가장 충실히 표현하는 민주주의적 가치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자유와 평등이 아니라 프랑스혁명의 세 구호 가운데 가장 소홀히 취급 받아온 ‘우애’임을 밝히고, 정치적 우애를 우리 시대가 절실히 요구하는 민주주의적 가치임을 주장한다. 나아가 엄밀히 ‘형제애’를 가리키는 ‘fraternity’에 비해 번역어인 우애가 오히려 ‘형제애’에 새겨진 남성중심성을 비판하고 친밀함 속에 미리 보편의 영역을 기입하는 이름이라는 점도 아울러 논한다.
    그런 논의를 거쳐 이 연구는 K-방역을 우애의 서사로 의미화하며 그 서사가 최소한 ‘촛불혁명’까지 이어지는 것임을 보여준다. 촛불혁명은 우애가 자유와 평등의 선취를 가능하게 하는 가 치임을 실증했으며 그 생생한 우애의 경험이 재난의 극복과 민주주의의 심화를 하나의 과제로 수행하는 K-방역의 방식을 추동했다. ‘한국모델’은 더 많이 법제화된 민주주의나 더 우수한 방역 성적이 아니라 우애의 ‘커머닝’이 지속적인 밀도를 갖고 살아있는 공동체를 가리키며 우애가 기본적인 권리임을 굳건히 인정하는 공동체를 가리킨다. 그것은 우리의 집단적 삶을 위협하는 어떤 재난과 위기가 기다리고 있든 그것을 빌미로 민주주의의 유예를 정당화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그것의 극복을 민주주의의 진전과 연결시키겠다는 약속이다. 그런 의미의 한국모델을 적절히 의미화하는 작업을 서구 담론에 기댈 수 없다는 사실에 K-담론의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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