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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동향

기관  우수보고서

본 연구보고서는 2021 년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평가를 통해 우수보고서로 선정하여 제공하고있습니다.

보고서명형사입법의 실제와 주요 형사정책별 입법평가(Ⅰ): 형사입법평가의 기초와 평가 대상 주요 형사정책 도출
  • 2020년 5월에 활동이 종료된 20대 국회에서는 역대 최고치인 총 24,141건의 법률안이 발의되었는데, 그 중 임기만료로 폐기된 법안은 15,002건(62%)에 달하였다. 21대 국회가 개원한 2020년 5월 30일부터 2021년 7월 30일까지 약 1년 2개월간 발의된 법률안은 무려 11,926건으로 집계되었다. 20대 국회의 활동 기간을 1년 2개월로 전환하면 제출된 법률안은 7,041건으로 계산되는바, 다른 요소를 배제하고 산술적으로만 보았을 때 이미 21대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 건수가 20대 국회 대비 41% 폭증한 것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입법 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남발되는 법안 발의로 인해 정작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법안들이 심사 대상에 오르지 못하거나 부실하게 처리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법안 발의나 그 처리 과정에서 해당 규정의 체계적 정합성이나 내용의 적정성 등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을 경우, 추후 위헌결정이 내려져 법적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물론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입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는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법익을 침해당한 사람들의 피해를 완전히 회복시켜주는 것은 사실상 요원하다. 요컨대 형사입법은 단순한 규제의 문제를 넘어 사회방위나 범죄예방의 측면을 고려해야 하고, 입법의 효과로 인해 국민의 생명이나 신체, 자유 및 재산 등을 침해하는 형사제재가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여서는 아니 될 것인바, 그 과정은 보다 섬세하고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이에 본 연구는 우리나라의 입법절차와 입법평가 시스템을 점검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주요 정책별 형사입법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형사법의 특수성과 경향성을 고려한 입법평가의 기준과 제도적 개선 방안을 모색하였다.
    우선 이 연구는 입법평가의 기초로서 우리나라의 입법절차와 입법평가 시스템에 대해 개괄하였고,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국가의 입법평가 시스템을 비교법적으로 고찰하였다. 또한 2021년 형사입법 현황을 제시하기 위해 2020년 5월 30일부터 2021년 7월 30일까지 약 1년 2개월간 발의된 11,926건의 법률안 중에서 형사입법으로 분류될 수 있는 1,674건의 법률안을 선별하여 분석하였다. 아울러 같은 기간 동안의 네이버 뉴스 기사와 댓글 및 대댓글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이에 대한 키워드 빈도분석을 진행함으로써 공직자 이해충돌과 아동학대 처벌, 디지털 성범죄, 스토킹범죄, 산업안전 처벌 등의 문제에 대한 미디어와 대중들의 시각을 파악하고, 이와 관련된 정책적 개선 방향을 모색하였다. 나아가 여론의 동향이 실제 입법 과정에 미친 영향을 조망하고 입법 성과를 분석하였는바, 아동학대와 이해충돌 방지, 중대재해 예방, 스토킹, 디지털 성폭력은 물론이고 2021년 하반기에 보도량이 급증하면서 주목할 만한 법 개정이 단행된 군 사법제도와 2019년부터 최근까지도 관련 법 개정이 단행되고 있는 감염병예방법도 그 대상으로 삼았다.
    상기의 사례들을 중심으로 형사입법의 실제를 면밀히 살펴본 결과, 언론의 우려와는 달리 국회에서는 대부분의 입법 내용에 대한 충실한 심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입법의 필요성이나 타 법률과의 관계성(정합성), 가중처벌의 필요성, 행위주체의 명확성, 당해 규정의 적용범위, 법정형의 타당성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형사입법과 관련해서는 ①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개정법률안이라는 이유로 제정법률안과 달리 공청회가 생략되는 등 그 심사 과정이 간소화되었고, ② 형사특별법에 비해 ‘행정법령상의 벌칙(형벌) 규정’은 소홀히 다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③상임위원회별로도 심사 내용에 차이가 있었는데, 상대적으로 법률가 출신이 많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다양한 관점의 논의가 전개되었으나, 그 밖의 상임위원회에서는 그렇지 못하였다. 아울러 ④ 소위원회의 회의록은 공개되고 있지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심사 시에 제공되고 있는 자료들(부처의견, 합의안, 참고자료 등)은 비공개로 되어 있어서 소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내용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될 만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형사입법의 특수성을 고려한 평가 기준을 모색하고자 1988년 헌법재판소가 출범한 이래로 선고된 형사입법 관련 위헌결정례를 전수 조사하여 분석하였다. 뿐만 아니라 형사입법의 경향성까지 고려하여 ‘형사입법평가 기준’, 즉 ‘형사입법 체크리스트’를 제시하였는바, 동 기준은 ‘일반 점검기준’과 ‘세부 점검기준’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형사입법의 필요성과 형법상의 기본원리 등 일반사항에 대한 점검기준이고, 후자는 일반 점검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점검기준으로서 범죄 구성요건과 법정형에 대한 세부적 기준이다. 또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형사입법 체크리스트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였는데, 그 결과 해당 체크리스트는 형사입법안에 대한 법리적 검토의 기준으로 충분하고, 형사입법안의 심의과정에서는 반드시 이러한 체크리스트의 활용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형사입법평가와 관련된 제도적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국회 입법전문가(국회의원, 국회 사무처 전문위원과 조사관,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등)와 형사법 전문가(교수) 50명을 대상으로 서면 심층조사를 의뢰한 후 그 중 44명의 의견을 취합 및 분석하였다. 전문가 조사 결과에 의할 때, 공청회의 개최 여부를 위원회의 재량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학계와 국회 전문가 간에 시각의 차이가 존재했다. 현행법은 원칙적으로 공청회 개최를 위원회의 재량사항으로 규정하면서, 제정법률안과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개최하도록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예외에 대한 예외’를 또 다시 인정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모든 공청회 개최를 재량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국회의 외부에서 입법의 과정과 결과를 접하는 학계 전문가의 경우에는 형사입법 과정에서 사안의 전문적 검토를 위해 형사법 전문가가 충분히 관여하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하였으나, 국회 입법전문가들은 형사입법에 대한 특별한 제도적 개선 방안의 필요성이나 그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공청회 개최와 관련해 현행법이 이중의 단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 실질에 맞게 모든 공청회 개최를 재량사항으로 규정하던지, 제정법률안과 전부개정법률안의 중요도를 고려하여 그 예외를 생략하는 입법적 조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형사입법의 논의 과정에서 생성되는 각종 자료에 대한 접근성의 차이도 발견되었다. 현재 국회 회의록시스템을 통해 소위원회 회의록을 포함한 모든 회의록이 공개되고 있으나, 형사법 전문가들 중 일부는 이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 이유로는 관련 자료들이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통합적으로 제공되고 있지 못한 것을 들 수 있다. 의안정보시스템에서는 의안원문과 소관 상임위원회 검토보고서 및 심사보고서, 소위원회와 전체회의 회의록 및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검토보고서, 본회의 회의록 등이 제공되고 있는바, 공청회 자료는 개별 상임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서 찾을 수 있고,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은 국회 회의록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국회의 입법 과정에 생성되는 다양한 종류의 자료를 통합적으로 검색 및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아울러 국회 전문가들도 형사입법 원스톱포털이나 AI 의정지원시스템과 같은 통합적 시스템의 일반 공개 필요성에 대해 대부분 공감하였다. 그러나 이미 2021년 9월 1일부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국회회의록 빅데이터’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이 사이트에서는 키워드나 발언자 등으로 회의록과 의원별 발언 내용을 검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각화된 데이터와 데이터셋까지 제공받을 수 있다. 다만 이 사이트는 종래에 제공되던 자료를 토대로 다양하게 가공된 정보를 제공할 뿐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심사 시에 제공되는 부처의 의견이나 합의안 및 참고자료 등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이에 공개 대상 자료의 범위를 확대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형사입법의 경우 행정체계나 재정부담 등에 대한 평가보다는 구성요건의 법리적 정합성과 형벌의 적정성 등에 대한 평가가 심도 있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러한 사전평가를 담당할 ‘형사입법검토위원회’의 신설에 대해서는 학계의 절대 다수를 비롯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찬성하였다. 즉 형사입법의 중요성과 파급효를 고려할 때 입법안 심의 과정에 형사법 전문가가 참여하여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또한 공히 형사법 전문가의 참여 비중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하였고, 입법전문가의 참여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보았다. 다만 학계의 상당수는 형사법 전문가가 위원회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인식한 것에 비해 입법전문가는 국회 소속의 전문위원이나 입법심의관, 국회사무처 법제실장, 법제심의관 등은 물론이고 은퇴한 전직 입법전문가의 참여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형사입법의 사후평가를 제도화하는 것에 대하여 학계의 경우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했지만 국회 전문가의 절대 다수는 사후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어 대조적인 결과를 보였다. 학계에서는 형사입법에 대한 사후평가 제도가 일정 부분 긍정적인 측면을 가질 것이나, 실제 평가의 구체적 척도 마련이 곤란하여 그 실행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사람이 다수였다. 반면 국회 전문가들은 대체로 형사입법의 사후평가에 대해 그 실행 가능성을 낙관하면서, 해당 법률이 입법 당시의 취지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그 목표가 달성되고 있는지, 혹은 그로 인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은 없는지 등에 대해 제대로 평가한다면, 향후 다른 입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입장을 취한 사람이 다수였다. 이러한 시각의 차이는 사후평가 방식의 객관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사후평가를 위해 객관적인 지표나 실증적 데이터가 충분히 마련될 수 있다면 객관성이 담보될 수 있으나, 과학적・통계적 방법론의 실질적 신뢰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근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은 인식의 차이를 공유하는 것 자체가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끝으로 입법전문가들이 형사법 전문가들과 완전히 다른 시각을 보였던 부분은 의원입법안의 양적 증가에는 일정 부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이었다. 즉 의원입법의 증가는 사회적・경제적 환경의 변화로 인한 입법수요가 폭증한 것에 기인하고, 국회가 제대로 된 입법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의 방증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국회의원들이 유사한 법률안을 비슷한 시기에 내놓는 것도 큰 문제가 아니라고 인식하였는바, 형사입법의 내용 자체는 유사하더라도 그 요건이나 처벌의 정도가 다른 입법들을 함께 논의함으로써 형사입법이 한층 더 정교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의원발의 법안의 과잉 문제는 국회의원들의 의식이나 사회문화적인 환경의 변화를 통해 자발적이고 자연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입법의 양적 증가에도 일정 부분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기본적인 점검기준조차 충족되지 못한 다수의 법안들을 검토하는 것은 ‘더 정교한 입법’이 아닌 ‘시간 소모적인 입법’의 과정일 뿐이다. 이에 법안 발의 준비 단계에서부터 형사입법을 위한 일반 점검기준과 세부 점검기준이 충실히 적용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입법의 홍수 속에서 더 나은 형사입법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 아니라 단비와 같은 형사입법을 통해 시민과 사회를 보호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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