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보고서
우리나라 소부장 대응 제도에 대한 효과성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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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초록
- 2019년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2020년 중국의 수출통제법 통과와 미-중 무역분쟁 심화는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적 취약성을 전면에 드러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정책은 단순한 산업 경쟁력 제고를 넘어 경제안보를 핵심축으로 하는 전략산업 정책으로 위상이 격상되었으며, 법적 근거인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및 공급망 안전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의 개편과 함께 제1차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강화 기본계획(2021~2025)이 수립·시행되었다.
한국은 다른 국가와 달리 소부장이라는 특정 산업군을 대상으로 정책적 개입과 제도적 실험을 지속적으로 축적해 온 국가라는 점에서 학술적·정책적 연구 가치가 크다. 특히 소부장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 제1차 기본계획이 종료되고 제2차 기본계획이 수립된 현시점은 제1차 기본계획의 정책 효과와 한계를 점검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제1차 기본계획의 정책 효과를 다양한 방법론에 기반하여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주요 정책 수단별 성과와 한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연구가 긴요하다. 이러한 평가는 제2차 기본계획 추진 과정에서 정책 수단의 정교화, 전략적 우선순위의 재설정, 제도적 보완 방향의 도출에 있어 근거를 제공할 것이다.
이러한 배경하에 본 연구는 제1차 소부장 경쟁력 강화 기본계획의 실증적 성과를 추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급망 다변화와 안정화를 위한 정책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다만, 한국의 소부장 정책이 기존의 산업 경쟁력 중심 접근을 넘어 경제안보를 핵심축으로 하는 산업 정책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 기존 산업 정책은 비교우위와 비용 효율성에 기반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참여가 정책의 기본 방향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정책 환경에서는 이러한 효율성 중심 접근만으로는 공급망 충격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소부장 정책에서 경제안보적 요소가 강조되는 것은 전략적 자율성과 공급망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데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정책 환경 변화를 고려하여 정책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제2장~제4장을 통해 도출된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소부장 정책 시행 전후의 차이에 대해 t검정을 수행한 결과, 기업체 수, 종업원, 생산액 모두 정책 시행 이후 평균값이 높았으며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가가치율은 상승 이후 둔화된 추세를 보인 가운데, 수입의존 심화형 산업이 가장 넓게 분포하였다. 무역 구조 면에서는 대일(對日) 수입 비중이 축소된 반면 대중(對中) 수입의존도는 오히려 증가하였고, 대중 수출 비중은 감소하는 방향으로 재편되었다. 주목할 점은 중국이 조달처이자 수요시장이라는 이중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사실로, 국내 산출과의 관계에서 대중 수입의존도 증가는 음(-)의 관계를, 대중 수출의존도 증가는 양(+)의 관계를 보였다. 이는 대중국 무역 연계가 단기적 산출 증가에 기여하는 동시에 공급망 취약성을 심화하는 이중적 위험(risk)을 내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업 수준에서 수혜기업과 비수혜기업을 비교한 실증분석에서는 연구개발(R&D) 지원이 수익성·혁신성·생산성을 견인하는 효과적인 정책 수단으로 나타났다. 으뜸기업 선정은 혁신 역량 강화에, 특화단지 입주는 초기 재무 안정성 확보에 선별적으로 기여하였다. 무엇보다 R&D 지원과 으뜸기업 선정을 결합한 패키지형 지원은 단일 지원 대비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보였으며, 제도 안착기의 총자산순이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ROA·ROE)에서 뚜렷한 개선 효과가 관찰되어 정책 간 시너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반면 R&D가 배제된 정책 조합은 혁신 동력 상실과 수익성 저하라는 구조적 한계를 노출하였다. 아울러 정책 지원 초기 1~2년간은 대규모 투자 집중으로 인한 일시적 재무 취약 구간이 구조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도출한 정책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소부장 정책은 개별 사업 중심 지원에서 벗어나 R&D를 핵심축으로 하는 전 주기 통합 패키지 체계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실증분석 결과, R&D 지원은 수익성·혁신성·생산성을 견인하는 효과적인 정책 수단으로 나타났으며, 으뜸기업 선정 및 특화단지 정책 역시 R&D와 결합할 때 정책 효과가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기획→기술 개발→시제품 제작→양산→글로벌 시장 진출에 이르는 전 주기 통합 패키지 지원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둘째, 소부장 정책은 단기 성과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장기적 기술 축적과 혁신 지속성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 기존 정책은 단기적 국산화와 공급 안정에는 기여하였으나, 원천기술 및 초격차 기술 확보에는 한계를 보였다. 또한 정책 초기에는 재무적 부담이 증가하는 과도기가 존재하는 만큼, 장기·대형 R&D 확대와 함께 단계별 정책 평가 체계 및 금융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셋째, 특화단지 정책은 단순 공간 집적 중심에서 벗어나 공급망 연계와 혁신 협력을 촉진하는 산업 생태계 중심 정책으로 고도화될 필요가 있다. 단순 물리적 집적만으로는 장기적 혁신성과 창출에 한계가 있다. 이에 공동 R&D, 시험·인증 인프라, 전문인력 양성, 기술사업화 및 글로벌 공급망 진입 지원 등을 포함한 산업 생태계 기반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넷째, 소부장 정책의 목표를 국산화 중심에서 글로벌 공급망 내 전략적 불가결성 확보와 공급망 회복력 강화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중국 연계가 조달과 시장 측면에서 이질적으로 연관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글로벌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핵심 기술 우위 확보, 국제표준 선점, 글로벌 수요 기업과의 협력 확대 등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 내 구조적 영향력을 강화해야 한다.
다만, 본 연구의 실증분석은 이용 가능한 데이터의 범위 내에서 수행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를 정책의 전반적인 성과를 단정하는 근거로 해석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으며, 향후 자료의 확충과 추가적인 실증분석을 통해 결과의 강건성을 검증 및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