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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보고서

보고서명

피의사실공표죄의 합리적 적용방안 연구

보고서명(영문)

A Study on rational application plan for ‘Publication of Facts of Suspected Cr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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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연구의 목적과 필요성
    우리 형법은 검사의 공판청구 전에 수사기관이 피의사실을 공표한 경우 처벌하는 규정(형법 제126조), 즉 피의사실공표죄를 두고 있다. 피의사실공표죄는 국가적 법익에 관한 죄로서 국가의 공정한 수사권 행사라는 법익을 보호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피의자의 인권보호라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말하는 보호의 대상으로서 피의자란 다른 범죄혐의로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는 자를 의미하며, 피의사실공표죄에서의 피의자는 당연히 ‘수사기관 등’을 말한다. 따라서 본죄가 보호하고자 하는 피의자의 인권이란 실질적으로 본죄의 피해자의 인권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본죄의 피해자는 수사상 피의자의 신분이므로 사법절차상으로 누릴 수 있는 권리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헌법 제27조 제4항도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비록 본조가 형사피의자가 아닌 형사피고인의 무죄추정을 명시하고 있지만, 고도의 범죄혐의가 인정됨을 이유로 공소가 제기되어 유죄판결을 받을 개연성이 더욱 높아진 형사피고인에게조차 무죄의 추정이 인정된다면, 아직 공소제기 전인 피의자에게는 더욱 강한 무죄추정을 인정하는 것이 논리적일 것이다. UN국제인권규약이나 유럽인권협약이 무죄추정권의 주체를 형사피고인에 한정하지 않고 형사피의자라고 넓게 규정하고 있는 것도 동일한 맥락이자 하나의 근거를 제공해 준다고 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이 피의자의 권리는 보장되어야 하는데, 피의사실공표죄로 단 한건도 처벌된 사례가 없다는 것은 형법 제정이후로 지금까지 피의자의 권리가 보장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피의자의 무죄추정이나 기타 법익을 해하는 형태로 피의사실공표가 이루어진 바는 없는지 이제는 진지하게 물음을 던져볼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피의사실공표죄로 처벌된 사례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 우리는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엄격한 요건과 절차에 의해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피의사실 공표가 지금까지 공정하게 이루어져왔기 때문이라는 관점이다. 둘째, 사실상 본죄에 해당할 수 있으나 검사가 이에 대해 공소제기를 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해결해 온 것은 아닌가라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는 여기서 본죄를 어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인가? 과연 수사기관은 우리 법이 보장해주고 있는 피의자가 누려야 할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또는 일정수준 피의자의 권리가 제한되더라도 더 큰 이익을 위해서 불가피하게 그리고 엄격한 절차를 준수하여 피의사실을 공표해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가져 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상 사문화된 것과 다름없다는 평을 받아온 피의사실공표죄는 최근 세간의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법무부에서는 검찰에 피의사실 공표에 유의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고, 울산지방검찰청은 ‘약사법 위반 등 보도자료’를 배포한 울산지방 경찰청 광역수사대 수사책임자를 피의사실공표로 출석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나아가 울산지검은 피의사실공표 피의자 측이 요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심의한 결과 소집요청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였고 울산지검 소속 검찰시민위원회에 이 사건 수사의 계속 여부와 기소 및 불기소 여부 등에 대해 대검찰청 산하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을 요청하였다. 또한 법무부 검찰 과거사 위원회에서도 ‘피의사실공표 사건 조사 및 심의결과’를 발표하여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사항과 개선방안 등을 권고하였다.
    이와 같이 최근 들어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데,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가 문제된 것은 비단 최근만의 일이 아니다. 과거 1999년 대통령 법무비서관 ‘옷 로비’사건과 2003년 전 현대그룹 회장 비자금 사건, ‘불량만두소’ 사건 등 피의사실공표와 관련하여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사례들도 적지 않게 존재하였고, 2009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로는 피의사실공표의 문제점이 더욱 크게 제기되어 검찰개혁과도 관련이 있다는 인식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물론 피의사실 공표는 국민의 알 권리 내지 더 큰 이익을 위해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가 있겠지만, 지금까지 본죄로 처벌된 사례가 없다는 것이 전적으로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하였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게 된 만큼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겠다. 또한 피의사실공표죄 규정을 통해 피의자의 인권보호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본죄의 존재의의를 엿볼 수 있겠지만, 그 반면에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 등의 기본권과 상충될 수 있는 문제가 있으므로 어느 한 쪽에만 치우쳐서 파악할 문제는 아닐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피의사실공표죄를 둘러싼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여 본죄를 합리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방안과 방향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

    2. 연구의 범위와 방법
    본 연구는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한 처리 현황 및 통계를 입수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형사판례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가 있었지만, 최대한 본죄와 현실 사이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실무상으로 필요한 구체적인 매뉴얼은 논외로 하되 본 규정의 합리적 적용을 위한 방안을 다각적인 시각에서 검토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본 연구가 피의사실공표죄라는 형법상의 범죄유형과 처벌규정에 대한 연구인만큼 문헌연구에 중점을 두었고, 전문가의 자문 및 워크숍을 통해 얻어진 내용들을 연구에 반영하고자 하였다. 나아가 피의사실공표죄와 관련된 통계 및 신문기사 등을 참고함으로써 가능한 한 실증적인 연구가 되도록 노력하였다.
    비록 해외법제에서 피의사실 공표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피의사실공표죄와 유사한 규정의 존재 여부 등을 파악함으로써 우리와 어떠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지 비교법적 검토도 함께 수행하고자 하였다.
    피의사실공표죄는 지금까지 처벌된 사례가 없으므로 더 이상 범죄화의 실익이 없다고 보일 수 있고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우리와 같은 규정은 없으므로 본 범죄유형에 대한 비범죄화 여부를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헌법적 관점과 형법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비범죄화 여부에 대한 논의를 다루었다. 그리고 피의사실공표죄의 구성요건을 놓고 어떠한 해석론이 타당한지, 나아가 위법성 조각사유의 법리를 검토하여 적용될 수 있는 경우를 검토하고, 본죄의 합리적 적용을 위한 법령정비 및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3. 주요 연구내용
    우선 형법 제정시기에 어떠한 경유로 본죄가 도입되었는지 살펴보기 위해 우리 형법 제정에 영향을 미친 일본 개정형법가안과 입법당시의 회의록 등을 검토하여 본죄의 입법취지를 검토한 바, 일본 개정형법가안과는 달리 우리는 인권보호에 중점이 있다. 그리고 해외법제로서 미국과 독일, 스위스, 일본, 중국의 형법규정을 살펴보았으나 피의사실 공표행위를 적극적으로 처벌하는 국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당연히 당해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은 존재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공개 내지 공표 가능한 행위를 법률이 아닌 다른 형식으로 규정하고 있었고, 일본의 경우에는 다른 범죄의 불처벌 특례로서 피의사실공표행위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였다. 우리나라의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하거나 유사하거나 혹은 본죄의 행위유형을 부분적으로나마 포섭할 수 있는 규정이 있는 것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미국의 경우에는 연방법무부 차원의 매뉴얼을 통하여 공표 내지 공개할 정보가 무엇인지를 적극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일본의 경우에는 이러한 공표행위가 명예훼손죄를 통해 처벌될 행위가 아님을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독일과 중국의 경우 재판상 비공개심리와 관련된 사실을 공표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는 있지만 이러한 처벌규정이 우리나라의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된다고 할 수는 없다.
    물론 그러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는 것에는 동일한 배경이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미연방 수정헌법상 표현의 자유 내지 언론의 자유에 대한 두터운 보호가 그 배경이라고 추정된다. 그러나 관련 처벌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국가 중에서 중국은, 미국과 동일한 이유를 공유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비록 외국의 입법례에서 피의사실공표죄를 찾을 수 없고, 형법 제정이후로 지금까지 본죄로 처벌된 경우가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가 무의미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점이 본죄의 비범죄화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단초를 제공해 줄 수는 있으므로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였다. 우선 헌법적 관점에서 파악해본 결과 알 권리와 피의자의 인격권 사이의 충돌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였는데, 본죄가 없을 경우 피의사실공표로 인해 침해될 수 있는 피의자의 권리와 법익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고, 본죄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알 권리는 제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본죄를 운용할 수 있으므로 본 규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형법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당벌성과 필벌성 여부를 논한 결과 또한 처벌의 필요성이 있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피의사실 공표행위로 인해 피의자의 인격권이 침해되고 국가의 공정한 수사권 행사라는 법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 만큼 피의사실의 공표는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밟은 수사기관의 공보담당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피의사실 공표의 주체가 확정된다면 피의사실공표‘죄’의 주체도 상대적으로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보담당관 외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경우에는 본죄가 성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피의사실의 구체성이나 정도에 있어서 특정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을 공표한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실질적 위법성론과 객관적 위법성론에 따라 사회 일반인의 입장에서 볼 때 범죄의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며, 기자의 독자적인 취재에 의해 이미 알려진 사안이라고 할지라도 수사기관의 공표는 일반인에게 유죄의 확신을 심어줌과 동시에 무죄추정의 원칙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의 기본권과 수사의 공정성 및 명예를 포함한 인격권 등의 보호법익을 침해할 위험성이 충분하므로 본죄에 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피의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 또한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권인 만큼 위법성 조각사유에 대한 해석도 중요하다. 정당방위나 긴급피난, 피해자 승낙에 의한 위법성 조각은 어렵다고 보이며, 형법 제20조에 의한 정당행위에 의해서만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위법성 조각사유에 대한 확대적용을 지양하여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본죄를 합리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방안에도 부합한다. 특히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 및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에 해당할 경우 법령에 의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을 것인지 문제되는데, 법무부 준칙과 경찰청 규칙은 훈령에 해당하므로 법령이라고 보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따라서 양 훈령에 해당할 경우 법령에 의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이 아니라 판례가 설시하는 요건을 갖추었다면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수 있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 위원회가 권고하는 바와 같이 양 훈령을 법령으로 승격시켜 법적 구속력을 강화하고, 반면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훈령을 준수하였을 경우 국민의 알 권리의 보장과 더불어 법령에 의한 행위로서 위법성을 조각시킬 수 있도록 훈령을 법령으로 승격하는 방안도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형법 제126조의 규범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지금까지의 관행에 비추어 보았을 때 무엇보다 검찰과 법원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한 재정신청을 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 기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므로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한 고소ㆍ고발사건은 예외적으로 기소강제주의를 택하거나 본죄에 대한 불기소처분을 검찰시민위원회의 의결로 재수사 및 기소강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 등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법무부 훈령인 수사공보준칙 제11조에 의하면 수사사건의 공개를 소속 검찰청의 장으로부터 승인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긴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당 검찰청의 장이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다양한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공보자문위원회로 하여금 공보 여부 및 공보 내용의 범위와 방법에 대한 자문을 받게끔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보 대상자 혹은 공보로 인해 법률적인 불이익을 입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이해관계자에게 수사공보에 대한 반론권을 보장하고 공보 내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방안을 권고한 바 있으므로 공보 대상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상 언급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피의자의 인권과 사문화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피의사실공표죄를 합리적으로 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반복하다시피 피의사실공표죄는 우리나라만의 독자적인 처벌규정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의 법제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 법의 독자성을 무시하는 태도는 지양되어야 할 것이며, 비록 지금까지 처벌된 사례는 없지만 본 규정이 인권보호를 위한 취지로 탄생한 것인 만큼 앞으로는 본조를 적절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하여 범죄화를 ‘지향’하자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 등을 근거로 피의자의 인권이 침해된 사례가 적지 않으므로 한 쪽에만 무게중심을 두어 치우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즉,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되 최소침해의 원칙을 관철하여 인격권의 보호와 조화를 이루면서 본죄를 운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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