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연구보고서
법왜곡죄(개정형법 제123조의2)에 관한 연구
보고서명(영문)A Study on the Crime of Perverting the Law (Article 123-2 of the Revised Criminal Act)
- 책임자 장진환
- 소속기관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 내부연구참여자
- 외부연구참여자정재환
- 발행기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 ISBN979-11-94631-71-2 93360
- 출판년도2026
- 페이지72
- 보고서유형 수시연구보고서
- 연구유형 정책
- 표준분류 일반공공행정 및 공공안전 > 공공행정 및 공공안전일반
- 자료유형연구보고서
- 공공누리유형 4유형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 주제어법왜곡죄, 형법 제123조의2, 법관의 독립, 사법신뢰, 직권남용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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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초록
- 형법 제123조의2(법왜곡죄)는 형사사건의 재판에 관여하는 법관, 공소를 제기하거나 유지하는 검사 및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법령을 의도적으로 왜곡하여 적용하거나 증거를 조작하는 등의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다. 이는 형사사법절차에서 이루어지는 의도적인 법왜곡행위를 독립된 범죄로 규율하고, 직권남용죄로 포섭하기 어려운 사법작용 내부의 위법행위를 보완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재판과 수사는 본질적으로 법률해석, 사실인정, 증거평가 및 재량판단을 수반하는 국가작용이므로, 법왜곡죄가 무분별하게 적용될 경우 법관의 독립과 검사·수사기관 종사자의 직무수행이 위축되고, 재판이나 수사 결과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한 고소·고발이 남용될 우려가 있다. 이 연구는 법왜곡죄가 사법작용을 압박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법정의를 보호하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도록, 처벌되는 법왜곡행위와 처벌되지 않는 법률해석·증거평가의 영역을 구별하는 합리적인 운용기준을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이 연구는 먼저 법왜곡죄에 관한 해석론과 판례가 축적되어 있는 독일 형법 제339조를 비교법적으로 검토하였다. 독일의 확립된 판례와 학설은 법왜곡죄의 보호법익을 국가의 사법작용과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로 파악하면서, 단순한 법률오류, 사실오인, 증거평가의 잘못, 절차상 하자나 재량판단의 부당성만으로는 법왜곡죄가 성립하지 않고, 법과 정의로부터 의식적이고 중대하게 이탈하거나 명백한 자의에 의한 경우에 한하여 법왜곡을 인정하는 제한적 해석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절차법 위반의 경우에도 사건의 공정한 처리 자체를 침해하고 사건의 결론을 왜곡하는 기능을 하는 중대한 위반이어야 하며, 재판상 판단작용에 대한 형사책임은 우선 법왜곡죄를 중심으로 심사되어야 한다는 이른바 차단효 논의를 통해 직권남용죄 등 일반범죄로의 우회 처벌 역시 통제된다. 구성요건의 과도한 확장·축소, 적용해서는 안 되는 법령의 의도적 적용, 적용하여야 할 법령의 의도적 배제, 법률상 근거 없는 제재의 창설, 현저히 과도한 형벌의 부과, 증거와 기록의 조작, 관할권 남용, 절차 조작과 의도적 지연 등에 관한 유형별 판례 분석은 처벌되는 법왜곡과 처벌되지 않는 오류를 구별하는 구체적 기준을 제공한다.
이러한 비교법적 검토를 토대로 형법 제123조의2의 구성요건을 분석하였다. 본죄의 행위주체는 형사사건에서 실질적인 판단 권한을 행사하는 법관, 검사 및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한정되고, 행위상황은 재판 또는 수사 중인 형사사건과 직접 관련된 경우로 제한되므로, 수사 개시 이전 단계의 활동이나 사건 종결 이후의 행위는 원칙적으로 적용대상이 아니다. 각호의 법왜곡행위는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한 법위반이어야 하며, 특히 제1호 단서는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에서 이루어진 재량적 판단을 구성요건에서 명시적으로 배제함으로써 제한적 해석의 취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주관적 구성요건으로는 '알면서도'라는 지정고의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요소가 이중으로 요구되는데, 이는 미필적 고의로 충분하다고 보는 독일의 다수설과 비교할 때 처벌범위를 한층 더 제한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나아가 이 연구는 법왜곡죄의 합리적 운용을 위한 실무상 기준을 제시하였다. 법률해석이나 판례 적용에 관한 합리적인 견해의 차이, 사실인정이나 증거평가의 오류, 상급심에서 시정 가능한 재판상 판단, 재량판단의 적정성, 단순한 절차상 착오나 업무상 과실만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입건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반면 명백한 법령의 의도적 적용 또는 배제, 허위의 재판서·결정서·수사서류의 작성, 증거의 조작·은닉, 사건기록의 허위작성·변조,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제재의 창설, 공소시효 완성의 의도적 초래, 현저히 과도한 형벌이나 강제처분의 의도적 부과 등은 적극적인 수사의 대상이 된다. 이와 함께 객관적·주관적 구성요건의 판단기준과 불입건 및 기소·불기소 기준을 구체화한 실무지침을 마련하여 사건처리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법왜곡죄가 상소제도와 불복절차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운용할 필요가 있다.
입법론적으로는 적용대상을 형사사건으로 한정한 것의 타당성, 목적과 지정고의를 함께 요구하는 엄격한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인한 입증의 어려움과 가벌성 축소, 미수범 처벌 규정의 신설 여부 등이 검토 과제로 제시된다. 다만 처벌범위의 확대 여부는 현행 규정의 운용 상황과 향후 판례의 축적을 지켜본 후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가 제시한 해석기준과 운용방안이 법관의 독립과 사법의 책임이라는 두 헌법적 가치를 조화시키면서, 법왜곡죄가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는 규정으로 정착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