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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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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국가역량 시리즈1」 대전환기 한국의 국가역량: 난제 해결을 위한 역량 증진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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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발간사 한국 사회는 인구구조 변화, AI·디지털 전환, 사회적 양극화와 국제질서의 재편 등 구조적 변화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대전환의 한복판에 놓여 있습니다. 한국행정연구원은 이러한 대전환의 파고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국가역량 연구를 중장기 연구과제로 수행하고 있으며, 그 연구 결과를 국가역량 시리즈로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 담겨있는 연구는 국가역량 연구 시리즈의 이론적인 분석의 틀을 제시함과 동시에 복합적이고 변화무쌍한 대전환기의 정책 난제 해결을 위한 국가의 문제해결 역량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 저자들은 한국 행정의 역량을 분석하는 국가역량 매트릭스를 제시하고 난제 해결에 필요한 역량을 공직자 개인, 조직, 제도 차원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역량 제고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역량의 발휘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을 심도 있게 분석하였습니다. 연구 결과는 우리나라의 국가역량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 요인이 정치와 행정의 관계에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정치와 행정은 현대국가의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양대 축입니다. 정치는 선출직과 그들이 임명한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정책의 민주적 정당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행정은 직업 관료들이 중심이 되어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정치와 행정이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면서 상호 보완적이고 균형적 관계를 이룰 때 국가의 역량이 발휘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행정이 정책형성을 주도하면서 정치가 실종되었고, 민주화 이후에는 행정의 정치화 현상이 나타나는 등 정치-행정 관계의 불균형이 계속되고 있음을 저자들은 지적합니다. 21세기 대전환기에 한국 사회 난제 해결을 위한 국가역량 강화는 정치-행정 관계의 개선 없이는 어렵습니다. 본 연구진의 제안처럼 향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국무총리의 정책 조정기능을 강화하며, 정부·여당과 야당이 함께 참여하는 숙의적 입법 절차를 마련하는 제도 개혁이 추진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끝으로, 한국 사회에 중요한 화두를 던지는 의미 있는 연구를 수행해주신 한국행정연구원 공직역량연구실의 박준 실장님과 정동재, 이사빈, 김다니 박사님 및 집필에 참여해 주신 박천오, 문명재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머리말 1995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기자들에게 “우리나라 정치인은 4류, 관료행정은 3류, 기업은 2류 수준”이며 “현재 우리 정치와 관료행정 수준으로는 21세기를 준비할 수 없다”고 말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가 이렇게 우리나라 정치인과 관료들을 직격 했던 이유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데 우리 정치인과 관료들은 규제와 권위주의의 과거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후 삼성전자는 미국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 19위의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1995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일본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이제는 오히려 일본을 추월하게 되었다. 이건희 회장의 우려와 달리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정치와 행정의 역량이 크게 발전하기라도 한 것인가? 아니면, 3류 행정과 4류 정치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들의 혁신에 힘입어 이러한 경제적 성과를 이룩한 것인가? 30년 전 이건희 회장의 말은 기업경영인의 관점에서 우리나라 공적 영역의 역량 수준을 직관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학문적으로는 정치, 행정 등 공적 영역의 역량을 기업, 시민사회 등 민간영역과 구분하여 ‘국가역량’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국가’란 국민들의 총합을 뜻하는 nation이 아니라 물리적 강제력을 행사할 법적 권한을 가진 state, 즉 국가기구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국가역량 수준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평가는 그가 기업경영의 현장에서 본능적으로 감지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지, 국가역량의 요소에 대한 엄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국가역량은 단지 기업인들을 위해 각종 인허가규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국가역량은 그 시대에 국민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문제들을 국가가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다. 기업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국가가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다양한 문제들 중에 하나일 뿐이다. 기업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가 규제 완화뿐만 아니라 기업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기술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1995년 김영삼 정부는 초고속정보통신기반구축 종합추진계획을 확정하였는데, 이후 김대중 정부가 이어받아 10조 원이 넘는 국가예산을 투입한 정보통신망 고속화 및 고도화 사업은 우리나라 IT 산업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이처럼 국가역량을 규제 완화라는 단일 성과지표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전문 연구자가 아닌 이건희 회장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는 이유는 그가 시대가 변화했음에도 바뀌지 않고 있는 정치와 행정의 행태를 질타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이후 대한민국 국가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동원’과 ‘침투’였다고 할 수 있다. 국가가 자원을 총동원하여 공권력을 이용해 민간영역 구석구석에 정책의 효과가 미치도록 집행하는 역량은 국가의 목표가 뚜렷하고 국민적 합의를 쉽게 얻을 수 있을 때 큰 성과를 거두었다. 수출진흥은 1960년대와 1970년대 핵심 국정 목표였다. 대통령의 성과지향적 리더십과 행정관료의 불도저 같은 추진력은 이 국정 목표를 실행에 옮긴 국가의 역량이었다. 대통령은 연두순시를 통해 부처를 직접 현장 방문해서 실무과장까지 배석시킨 채 부처업무 전반에 대해 보고를 받았고, 민·관 합동 회의체였던 수출진흥확대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수출지향 산업화에 박차를 가했다. 1990년대 이후 국가적으로 역점을 둔 정보화 사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김영삼 정부의 정보화 사업은 미국이 주창한 ‘인포메이션 수퍼하이웨이’에 자극받아 시작된 것으로, 당시 국내 주요 언론도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정보화를 범국민적 의제로 제시했다. 정부와 국내 기업들이 IMF 위기로 인해 침체에 빠진 경제의 활로를 IT 기술에서 찾았던 것도 정보화 사업이 중장기 국책사업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될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수출진흥과 정보화 모두 갈등이슈가 아닌, 국내집단의 반대가 거의 없었던 ‘합의이슈’였다. 이처럼 목표가 뚜렷하고 거의 온 국민이 동의하는 정책을 실행에 옮기는데 있어서 한국의 국가는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그러나 인구구조의 변화, 인공지능의 확산, 경제 양극화,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기후위기, 글로벌 질서의 재편 등 21세기 대전환기에 한국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은 그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고 결과를 예측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명확한 정책목표를 설정하기가 어렵다. 목표를 세우더라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어 목표와 수단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룩하기가 어렵다. 이건희 회장이 지적했던 규제문제도 마찬가지다. 규제를 개혁하려면 기존 규제의 수혜집단, 해당 규제의 주무부처 관료 등 규제개혁에 대한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 정부가 정책에 대한 반대를 힘으로 억누르기 어려운 민주주의 체제에서 이러한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원과 침투에 기반한 개발연대식 국가역량보다 더 전문적이고 분산된 역량을 통합·조율할 수 있는 세련된 국가역량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사회적으로 대전환기인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 정부에게 어떠한 역량이 요구되고 있는지, 그 역량을 저해하는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제시해보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국가역량에 대한 보다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평가와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내려보고자 하였다. 사회적 대전환기 한국사회가 직면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처럼 국가경쟁력지수를 만들어 순위를 매기는 것보다는 국가적 의제들을 정립하고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수 있는 국가역량의 요소들을 찾고 그것을 함양할 방안들을 착실히 실천하는 것이다. 이 연구가 그러한 작업에 작지만 의미 있는 기초가 되길 바란다. 이 연구의 화두를 던져 주시고 연구를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신 한국행정 연구원 권혁주 원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또한, 이 연구에 공동연구자로 참여해 주신 명지대학교 박천오 교수님과 연세대학교 문명재 교수님, 그리고 인터뷰와 토론에 참여해 주신 많은 전문가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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